[현장 카메라]불안한 에스컬레이터…“뛰면 충격 7배”

2023-06-18 85



[앵커]
모두 14명이 다친 수인분당선 수내역 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 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.

기계적 결함이 사고 원인으로 지목되고 있는데, 일각에선 어느새 알게 모르게 고착된 한줄 서기 문화가 오히려 기계에 무리를 주고 있단 지적도 나옵니다.

현장카메라, 신선미 기자입니다.

[기자]
지난 8일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 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 수내역입니다.

지금은 해당 에스컬레이터와 연결된 출구가 통제된 상태인데요.

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에스컬레이터 사고.

왜 반복되는지 현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.

관계부처 합동 조사에선 내부 구동장치 부품이 마모된 게 원인으로 잠정 결론 났습니다.

역주행을 막는 장치도 있었지만 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.

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면 발판이 아래로 무너지며 사람들이 순식간에 뒤엉킵니다.

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.

한편에선 오랜 이용습관인 '한 줄 서기'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.

한쪽에만 서 있고 다른 쪽에선 걷거나 뛰는 탓에 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는가 하면 걷거나 뛰는 충격으로 기계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겁니다.

가만히 서 있는 걸 가정해 에스컬레이터 디딤판 1개당 250kg을 견디도록 설계돼있는데요.

걷거나 뛸 경우엔 동력장치에 추가로 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.

하루 10만 명 넘는 이용객들이 몰리는 신도림역.

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꼭 잡고 걷거나 뛰지 말라는 안내문이 붙었습니다.

[현장음]
"뛰거나 장난치거나 측면으로 기대지 마십시오."

퇴근 시간이 되자 역사는 사람들로 가득하고, 11미터 남짓한 에스컬레이터에도 금세 40명 넘는 사람이 올라탑니다.

그런데 시민들, 약속이나 한 듯 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양쪽으로 갈라집니다.

오른쪽에는 서있고 왼쪽에선 걷거나 뛰는 겁니다.

오른쪽에서 걸어 올라가거나 앞사람을 비집고 뛰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.

손잡이를 잡는 사람은 거의 없습니다.

[임현서 / 지하철 이용객]
"급하게 이동해야 될 때는 우측에는 사람들이 있어서 좌측으로 빨리 올라가는 편입니다.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하니까 저도 따라서."

이용객이 뜸한 시간도 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.

일행마저도 앞뒤로 서서 한 줄로 탑니다.

[정여은, 이재민 / 지하철 이용객]
"(일행이신데 왜 한 줄로 오신 거예요?) 빨리 가시는 분들이 다 왼쪽으로 서서 뛰어가시고 나머지 분들은 오른쪽에 가만히 서서 가셔가지고 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 아닌가."

실제로 가만히 서 있을 때보다 걸을 때는 3배, 뛸 때는 7배 더 충격이 가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.

하지만 오랜 습관 탓에 공중도덕처럼 되다보니 좀처럼 계도가 되지 않는 겁니다.

지난 2007년 두 줄 서기 캠페인이 있었지만 저조한 호응에 8년 만에 폐지됐습니다.

[황수철 / 한국승강기대학교 석좌교수]
"뛰어가지고 발판에 부딪힐 때의 속도가 있습니다. 그 속도의 제곱이 곱해지면서 충격량이 가해지거든요. 가만히 서가지고 끝까지 가잖아, 그럼 충격을 안 주는 거예요."

수내역 사고 이후 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역 모든 에스컬레이터에 역주행 방지 장치를 신속히 설치하겠다는 대책을 내놨습니다.

안전장치 못지 않게 우리 스스로 안전하게 이용하려는 의식 전환도 필요해 보입니다.

현장카메라 신선미입니다.

영상취재 : 박재덕 한효준 장명석
영상편집 : 변은민


신선미 기자 fresh@ichannela.com